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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간호사 조직문화, 군기인가 팀워크인가?

간호사라는 직업은 생명을 다루는 의료 현장의 최전선에 있다. 그만큼 전문성과 책임감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며, 조직 내에서도 높은 수준의 협업과 소통이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이상적인 팀워크가 항상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현실에서는 간호사 조직문화가 군기 문화와 맞닿아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며, 신규 간호사들 사이에서는 조직 적응이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로 손꼽힌다.

‘간호사는 분위기가 무섭다’, ‘프리셉터가 고압적이다’, ‘병동에서 말 실수 한번에 분위기가 얼어붙는다’는 등의 이야기는 간호학과 재학생이나 갓 입사한 신규 간호사 사이에서 자주 오르내리는 말들이다. 물론 모든 병원이 그런 것은 아니며, 조직문화는 병원, 병동, 팀에 따라 편차가 존재한다. 그러나 ‘간호사 조직문화’ 하면 많은 이들이 자동적으로 ‘군기’라는 단어를 떠올리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 글에서는 간호사 조직문화의 현실과 그 속에서 나타나는 ‘군기’와 ‘팀워크’의 경계에 대해 깊이 있게 분석하고자 한다.

 

간호사 조직문화

 

간호사 조직문화에서 흔히 마주치는 군기 문화의 실체

 

간호사 조직문화에서 ‘군기 문화’는 오랜 기간 고착된 병원 내 위계 구조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특히 신규 간호사들은 입사 직후부터 ‘프리셉터’로부터 밀착 교육을 받게 되며, 이 과정에서 업무 외적인 부분까지 강도 높은 지도를 받는 경우가 흔하다. 간호기록 작성법, 인계 방법, 환자 응대 등은 물론이고 말투, 인사, 행동 태도까지 세세하게 지적받는 문화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신입 간호사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문제는 이러한 지적이 단순한 ‘교육’의 차원을 넘어서, ‘훈육’ 혹은 ‘징계’에 가까운 형태로 전달될 때 발생한다. "이건 내가 신입일 때 다 당했던 거야", "원래 병원은 이렇게 하는 곳이야"라는 논리는 세대를 거치며 문화로 굳어졌고, 그 결과로 조직 내에서는 상명하복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구조가 형성되었다. 특히 주·야간 근무가 번갈아가며 이뤄지는 간호 업무 특성상, 짧은 시간 내에 높은 완성도의 업무 수행이 요구되기 때문에 긴장감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군기 문화는 간호사들의 스트레스 증가, 업무 몰입도 저하, 이직률 상승 등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실제로 다수의 간호사 커뮤니티에서는 ‘프리셉터에게 매일 혼난다’, ‘인수인계가 끝나면 눈물이 난다’, ‘말을 꺼내기가 무서워 환자에게도 불안감을 준다’는 등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는 글이 다수 올라온다. 조직문화의 변화 없이는 신규 간호사들이 조직 내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점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부분이다.

 

간호사 조직문화 속에서 기능하는 긍정적인 팀워크의 힘

 

물론 모든 간호사 조직이 군기 중심의 문화만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많은 병동에서는 업무의 효율성과 간호사의 직무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팀워크 중심의 조직문화’로 변화하고자 하는 노력이 진행 중이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신규 간호사의 조기 이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병원 차원에서 다양한 교육 및 정서적 지원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멘토링 제도, 신규 간호사 적응 프로그램, 커뮤니케이션 교육 등이 있다.

팀워크 중심의 간호사 조직문화는 서로를 ‘감시’하는 대신, 서로를 ‘돕는’ 문화에 기반한다. 예를 들어, 업무 중 실수가 발생했을 때 이를 비난하기보다, 실수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모색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팀 차원의 피드백을 제공하는 구조이다. 이러한 조직 내 상호 존중은 간호사의 자존감과 소속감을 높이며, 환자에게 제공되는 간호의 질 향상으로도 이어진다.

또한 팀워크 문화는 교대근무 체계 속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간호사는 시간대별로 다른 동료와 함께 근무하게 되며, 이때 ‘정확한 인계’, ‘업무 분배’, ‘긴급 상황 시 협력’ 등 협업이 생명과 직결된다. 만약 군기 문화가 만연해 말조차 꺼내기 어려운 분위기라면, 이러한 협업은 불가능에 가깝다. 반면 팀워크가 형성된 조직에서는 간호사 간의 신뢰와 유연한 소통이 가능하며, 이는 곧 병동 전체의 안정성과 환자 만족도로 이어지는 긍정적 선순환을 이룰 수 있다.

 

간호사 조직문화의 개선을 위한 현장 중심의 변화 시도

 

간호사 조직문화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일선 병원과 관리자들의 인식 전환이 필수적이다. 과거에는 ‘일단 버티면 된다’는 식의 생존 중심 문화가 당연하게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간호사의 정서적 안정과 업무 만족도가 병원 전체의 질 향상과 직결된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특히 간호사의 이직률이 높아질수록 병원은 반복적인 신규 인력 투입과 교육으로 인한 비용 손실을 감수해야 하므로, 조직문화 개선은 병원의 장기적인 운영 안정성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과제다.

일부 병원에서는 간호사 대상 조직문화 만족도 조사를 정기적으로 시행하고 있으며, 익명으로 고충을 제출할 수 있는 내부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신규 간호사를 위한 ‘프리셉터 교육 강화’가 병원 교육팀에서 체계적으로 이뤄지는 곳도 있다. 단순한 업무 전달을 넘어 인간적 소통, 감정 이해, 피드백 기술 등을 교육의 범위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간호사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조직문화를 바꾸기 어렵다는 점이다. 간호사는 엄연한 전문직으로서 존중받아야 하며,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조직문화 속에서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선행되어야 한다. 병원이라는 공간은 혼자 일하는 곳이 아니라, 수많은 직종과 사람들이 협업하는 공간이며, 그 중심에는 언제나 간호사가 있다. 간호사 조직문화의 건강한 변화는 곧 환자의 안전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