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응급실 간호사가 경험하는 윤리적 딜레마 사례와 대처법

godong-news2506 2025. 7. 1. 22:59

생사의 경계에서 간호사는 '선택'을 강요받는다

응급실은 단 몇 초의 판단으로 한 사람의 생사가 결정되는 극한의 현장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간호사는 단순히 지시를 따르는 기술자가 아니라, 윤리적 판단자로서의 역할까지 요구받는다. 특히 응급실 간호사는 환자에 대한 응급처치, 보호자와의 소통, 의료진과의 협업 등 다양한 상황 속에서 갈등을 경험하게 된다. 이 갈등은 단순한 업무 충돌을 넘어 윤리적인 선택과 책임의 문제로 이어진다.

 

간호사가 경험하는 딜레마

 

예를 들어, 환자의 인권과 생명권 사이에서 어떤 가치를 우선시할 것인가? 보호자의 거부와 환자의 의지가 충돌할 때 누구의 뜻을 따라야 하는가? 의료진의 판단이 비윤리적으로 느껴질 때 간호사는 어디까지 침묵해야 하는가? 이처럼 응급실 간호사에게 윤리적 딜레마는 매일같이 마주하는 ‘현장의 질문’이며, 이에 대한 준비와 대응 역량이 간호사의 전문성을 좌우하게 된다. 이 글에서는 실제 응급실에서 발생한 대표적인 윤리적 딜레마 사례를 중심으로, 간호사가 취할 수 있는 대처 방법과 전문적 가이드라인을 정리해본다.

 

실제 현장에서 발생한 윤리적 딜레마 사례 3가지

DNR(소생 거부) 선언과 가족의 거부

응급실에 심정지 상태로 이송된 고령 환자가 과거에 DNR(Do Not Resuscitate) 선언을 해둔 사례가 있었다. 그러나 환자의 자녀는 "끝까지 최선을 다해 달라"며 심폐소생술을 강력히 요청했다. 간호사는 의학적으로 무의미한 처치가 환자의 고통을 연장할 뿐임을 알면서도, 보호자의 눈물과 분노 앞에서 윤리적 판단을 강요받았다.

의료진의 실수 은폐 요청

한 간호사는 의사의 약물 처방 실수를 인지한 상황에서, 해당 의사가 "보호자에게 알릴 필요 없다"고 말하며 상황을 무마하려는 모습을 보았다. 간호사 입장에서는 의료진 내부의 질서와 신뢰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환자와 보호자의 알 권리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 사이에서 고민이 깊어졌다.

의사소통 불가능한 외국인 환자 응급처치

외국인 환자가 의식이 없는 상태로 실려왔고, 보호자도 없는 상황이었다. 수혈이 필요했으나 해당 환자가 특정 종교(예: 여호와의 증인) 신도일 가능성이 있다는 정보를 과거 전산 기록에서 확인했다. 간호사는 환자의 신념을 존중할지, 생명을 구하는 시술을 우선할지 윤리적 충돌을 경험했다.

 

응급실 간호사가 취할 수 있는 윤리적 대처 전략

윤리적 딜레마를 마주한 간호사가 우선 고려해야 할 것은 의료윤리 4대 원칙이다:
자율성 존중, 악행금지, 선행, 정의.

윤리적 의사결정 모델 활용

간호사는 판단에 앞서 R.O.L.E 모델(Recognize, Observe, List options, Evaluate)을 적용해 상황을 분석할 수 있다. 즉, 상황을 인식하고, 관련 요소를 관찰하며, 선택지를 나열하고, 각각의 윤리적 함의를 평가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은 충동적 판단을 피하고, 신중한 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

병원 내 윤리 자문위원회(Ethics Committee) 활용

대형병원이나 대학병원에는 윤리 자문 위원회가 존재하며, 딜레마 상황에 대해 공식적인 의견을 받을 수 있다. 신입 간호사일수록 이 시스템을 모르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위원회를 활용하면 간호사의 책임을 분산시키고, 법적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사전의료의향서와 환자 자기결정권 확인

DNR 여부나 신념 기반의 의료 거부에 대한 윤리적 충돌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환자의 사전의료의향서 또는 고지된 치료거부서를 확인하는 절차가 중요하다. 간호사가 이를 확인하고 의료진에게 공유하면, 추후 발생할 갈등을 줄일 수 있다.

객관적 근거 기반의 기록 유지

윤리적 판단이 개입된 상황일수록 간호기록의 객관성이 중요하다. 환자 상태, 보호자 반응, 의료진 판단 등을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개인의 주관이 아닌 사실 중심으로 기록을 남겨두면 추후 법적 혹은 행정적 문제 발생 시 책임을 방어할 수 있다.

 

간호사의 감정 노동과 심리적 방어 방법

 

응급실 간호사는 윤리적 딜레마뿐 아니라 그로 인한 감정 소모와 스트레스도 겪게 된다. 판단이 옳았다고 해도, 환자의 죽음이나 보호자의 분노 앞에서 무력감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감정 고갈(burnout)이나 윤리적 피로(Ethical Fatigue)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병원 차원에서는 정기적인 감정노동 해소 프로그램이나 상담지원 시스템을 마련해야 하며, 간호사 개인도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기보다는 건강하게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예를 들어, 동료 간호사와의 감정 공유, 명상과 운동 습관, 일기 작성 등은 감정 회복에 도움이 된다.

또한 간호사는 ‘완벽한 선택은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중요한 것은 상황에 최선을 다했고, 판단에 있어 윤리적 기준을 고려했다는 점이다. 지나친 죄책감보다는, “나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올바른 결정을 내렸다”는 자기 확신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응급실 간호사는 윤리의 현장 최전선에 있다

 

응급실 간호사는 단순히 의료 행위만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 사이에서 끊임없이 선택을 요구받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 선택은 정답이 없기 때문에 더욱 어렵고, 그래서 더욱 간호사의 전문성과 윤리의식이 중요한 시점이다.

윤리적 딜레마 상황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대비해 판단의 틀을 갖추고, 병원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며, 감정 회복을 위한 자기 관리까지 병행한다면 간호사는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전문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결국, 응급실 간호사의 윤리적 판단은 단순한 결정이 아니라, 환자 중심 간호의 실천이자 현대 간호가 추구하는 가치의 구현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