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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임상 간호사의 하루 루틴: 병동 기준 “A to Z”

병동 간호사의 하루는 루틴이지만, 매일 다르다

병동 간호사의 하루는 시계처럼 정해진 루틴에 따라 흘러가지만, 그 안의 변수는 매일 새롭고 다르다. 정해진 근무표에 따라 교대근무를 하며, 투약, 활력 징후( Vital Sign,  V/S) 체크, 환자 케어, 보호자 응대, 기록 등의 일과를 반복하지만, 갑작스러운 환자의 상태 변화, 응급상황 등 예측 불가능한 일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곳이 병동이다.

간호사는 단순히 의료진의 지시를 수행하는 역할이 아니라, 환자 상태의 일차적 감시자이자 의료 현장의 조율자로서 기능한다. 하루의 루틴은 단순해 보일 수 있지만, 그 속에는 수많은 임상 판단과 다중 과제 수행 능력이 요구된다.

이 글에서는 일반 병동(내과 또는 외과 기준)의 간호사가 실제로 하루 동안 어떤 순서로 일과를 수행하며, 어떤 업무를 반복적으로 맡는지 A부터 Z까지 구체적으로 정리한다. 신규 간호사, 간호학과 학생, 혹은 간호사 커리어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병동 간호의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하고자 한다.

 

병동 간호사의 하루

 

교대 시작 – 인수인계와 아침 준비

 

하루의 시작은 항상 인수인계로부터 시작된다. 오전 근무 간호사는 6시 30분에 병원에 도착해 7시부터 밤 근무 간호사로부터 병실별 상태, 특이사항, 주의 환자 등을 전달받는다. 이때 간호사는 환자의 활력 징후 변화, 심전도 모니터링 여부, 수술 후 상태, 수액 잔량, 처방 변화 등을 꼼꼼히 메모하며 확인한다.

인계를 받은 후 간호사는 전체 병실을 돌며 각 환자의 상태를 직접 눈으로 확인한다. 얼굴빛, 호흡 상태, 의식, 피부 상태 등을 빠르게 스캔하면서 우선순위를 정한다. 이후 곧바로 아침 활력 징후 측정과 투약 준비에 들어간다. 수액, 항생제, 인슐린 주사 등 다양한 약물이 포함되며, 환자의 진단명에 따라 용량과 속도 조절을 세심하게 체크해야 한다.

그 외에도 아침에는 의사 회진 전, 환자 침상 정리, 배설 상태 확인, 섭취량과 배설량(I&O) 기록, 체위 변경 등 기본 간호 업무가 함께 이뤄진다. 이른 시간임에도 간호사의 손은 쉬지 않는다. 수술 예정 환자의 준비, 새로 들어오는 입원 환자 접수도 함께 진행된다. 오전 시간은 하루 중 가장 바쁘고 촘촘하게 흘러가는 시간대다.

 

점심 시간 전후 – 다학제 협업과 환자 교육의 시간

 

오전 9시 무렵이 되면 병동에는 진료과의 회진이 시작되며 병동은 분주해진다. 간호사는 회진 시 의료진과 함께 환자의 상태를 공유하고, 처방 변경이 있을 경우 이를 즉시 전산 입력 후 관련 약제나 수액을 준비한다. 또한 환자의 증상 변화나 불편 사항을 의료진에게 대신 전달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11시부터는 환자 식사 전후 혈당 체크 및 인슐린 주사, 구강 약 투약, 소화제, 진통제 등의 복약 관리가 이어진다. 일부 환자에게는 식이 제한 및 체중 측정, 체액량 모니터링이 필요하며, 이 모든 과정은 간호기록지에 정확히 입력되어야 한다.

정오가 지나면 보호자 면회 시간이나 전화 응대가 많아지면서 간호사의 감정노동 강도도 높아진다. 간호사는 보호자에게 환자의 상태를 설명하고, 식사량, 통증 호소 여부, 특이 증상을 정리해 전달해야 한다. 또한 오후 수술이 예정된 환자의 준비, 입원 상담, 퇴원 예정 환자의 교육까지 의료 행정과 직접 간호가 동시에 요구되는 시간이다.

이 시기에는 환자의 상태가 불안정해지기 쉬워, 정기 모니터링 외에도 예기치 않은 응급 호출 벨에 대응하는 일이 잦다. 한 명의 간호사가 담당하는 환자 수가 10명을 넘는 병동에서는 단 몇 분의 지연도 환자의 안전에 영향을 줄 수 있기에, 간호사는 수시로 우선순위를 재조정하며 일과를 유연하게 운영해야 한다.

 

오후~퇴근 전 – 마무리 간호와 야간 인계 준비

 

오후 2시가 넘어가면 간호사는 남은 처방 투약, 검사 일정 정리, 수액 교체, 체온 재측정, 배뇨량 체크 등 마무리 간호 업무를 시작한다. 환자의 상태 변화가 있었던 경우에는 의사에게 재보고하고, 퇴원 예정 환자에게는 복약 지도, 퇴원 후 관리 방법 안내, 외래 예약 확인 등을 상세히 설명한다.

야간 근무 간호사에게 정확한 정보를 인계하기 위해, 하루 중 발생한 모든 특이사항을 전산과 수기로 정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간호사는 각 환자의 변동 상황, 감염 징후, 섭취량과 배설량 변화 등을 면밀히 기록하고, 교대 시간인 오후 3시 무렵에 인수인계를 진행한다.

퇴근 직전까지도 간호사의 일은 멈추지 않는다. 응급 수술 환자가 발생하거나, 환자가 갑자기 통증을 호소하거나, 수혈 중 이상 반응이 발생하면 간호사는 상황 종료 후에야 퇴근할 수 있다. 간호사는 하루 동안 수십 번의 판단, 수백 번의 손 움직임, 수천 번의 말과 감정 조율을 반복한다.

이처럼 병동 간호사의 하루는 루틴처럼 보이지만, 매 순간이 판단과 민감한 대응으로 채워진 고밀도 직무다. 하루가 끝나면 체력은 바닥나 있지만, 환자의 상태가 안정된 모습을 보면 비로소 마음 한구석에 보람이 자리 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