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간호사는 ‘보이지 않는 전문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병원에서 간호사를 떠올릴 때 병동에서 주사나 활력 징후를 체크하는 모습을 상상한다. 그러나 수술실 안에서는 전혀 다른 차원의 전문성과 집중력이 요구된다. 수술실 간호사(Perioperative Nurse)는 생명을 다루는 수술 현장에서 의사와 함께 팀을 이루어 수술이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하지만 이들의 하루 일과는 외부에는 거의 노출되지 않으며, 환자나 보호자 입장에서는 “수술 중에 도와주는 사람” 정도로만 인식되기 쉽다. 사실 수술실 간호사는 단순한 보조자가 아닌, 수술 전 준비부터 수술 중 감시, 수술 후 환자 이송까지 모든 단계에 깊이 관여하는 다기능 전문가이다. 이 글에서는 수술실 간호사의 하루 일과를 실제 시간 흐름에 따라 정리하고, 일반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역할까지 함께 조명해본다. 이를 통해 간호사의 전문성과 수술 현장의 복잡한 시스템을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시간대별 수술실 간호사의 하루 일과
수술실 간호사의 하루는 대부분 오전 7시 이전부터 시작된다. 이른 새벽에 출근한 간호사는 가장 먼저 당일 수술 스케줄을 확인하고, 담당할 수술방과 환자 정보를 숙지한다. 환자의 병력, 알레르기 여부, 수술 부위, 수혈 필요성 등 의료진이 간과할 수 있는 정보까지 꼼꼼히 점검하는 것이 수술 전 준비의 핵심이다.
수술 전 간호사는 기구 세팅 및 무균 상태 점검을 수행한다. 이때 수술기구가 정확히 준비되었는지, 멸균 상태가 유지되고 있는지, 장비 작동에 이상이 없는지 하나하나 확인한다. 이 모든 과정은 감염 예방과 수술 안전에 직결되기 때문에 1분 1초도 허투루 쓸 수 없다.
오전 9시경부터 본격적인 수술이 시작되면, 수술실 간호사는 역할에 따라 순환간호사(순환 Nurse, Circulating Nurse) 또는 기구간호사(Scrub Nurse)로 나뉘어 업무를 수행한다. 순환간호사는 수술실 밖과 안을 연결하며 전반적인 흐름을 관리하고, 기구간호사는 무균 상태로 수술기구를 전달하며 외과의사와 한 팀으로 움직인다.
하루 평균 4~6건의 수술이 연이어 진행되며, 간호사는 각 수술이 끝날 때마다 수술실 청소, 기구 세척, 재멸균 준비, 다음 환자 맞이 등 쉴 틈 없이 움직인다. 점심시간조차 교대로 짧게 해결하는 일이 많으며, 긴급 수술이 발생하면 기존 일정이 즉시 변경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수술실 간호사의 ‘숨은 역할’ – 아무도 모르는 프로의 영역
수술실 간호사의 가장 큰 역할 중 하나는 '무균 유지’다. 이는 단순히 장갑을 끼고 손을 씻는 수준을 넘는다. 예를 들어 기구를 전달할 때, 순서를 잘못 배치하면 수술 시간이 늘어나고 감염 위험도 올라간다. 기구 위치, 순서, 개봉 시점까지 모두 계산해 움직이는 것이 기구간호사의 정밀한 업무다.
또한 간호사는 수술 중 의사와 마취과 사이를 조율하며 수술실 내부 커뮤니케이션 관리자 역할을 수행한다. 예기치 못한 출혈, 환자의 활력징후 변화, 기계 고장 등이 발생할 경우 간호사가 가장 먼저 파악하고 빠르게 보고한다. 환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즉각적인 상황 판단이 필요한 것이다.
특히 응급상황에서 간호사의 침착함은 생명을 좌우할 수 있다. 어떤 간호사는 “수술 도중 출혈이 심해져서 집도의가 당황한 순간, 내가 먼저 기구를 전달하고 마취과에 보고를 넣었다”며 수술실 내 간호사의 실질적인 ‘현장 지휘자’ 역할을 언급하기도 했다.
또한 수술 후 환자 상태 확인, 수술 기록 정리, 기구 수 불일치 체크, 폐기물 처리까지 수술이 끝난 후에도 업무는 계속된다. 수술실 간호사는 ‘수술이 끝나도 끝나지 않는 사람’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수술실 간호사에게 요구되는 전문성과 심리적 부담
수술실 간호사가 되기 위해서는 병동 간호보다 더 높은 수준의 지식과 침착함이 필요하다. 기본적인 해부학, 무균술, 마취 종류 및 반응, 수술 기구 명칭과 사용법 등 광범위한 지식을 기반으로 한 순간 판단력이 필수다.
더불어 수술실은 폐쇄된 공간이기 때문에, 긴장감이 매우 높고 위계가 강하다. 의사와의 커뮤니케이션 실수, 기구 하나의 누락도 ‘의료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간호사는 항상 긴장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매 수술이 끝날 때마다 정신적 소진을 겪는 간호사도 많다.
심리적으로는 환자의 얼굴을 거의 보지 못하고, 마취 상태로 들어오는 환자만 상대하기 때문에 감정적 교류가 적다는 것도 특이점이다. 이는 감정 소모를 줄이는 동시에, 환자의 인권 보호에 대한 감수성이 떨어지지 않도록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술실 간호사는 팀워크의 핵심, 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조력자, 그리고 현장의 문제 해결사라는 자부심으로 버틴다. 매일 새로운 케이스를 접하며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는 수술실 간호사는, 의료 시스템 안에서 빛나지 않지만 반드시 필요한 존재다.
‘무대 뒤 주인공’ 수술실 간호사의 가치를 조명하다
수술실 간호사는 수술실이라는 제한된 공간 속에서 놀라울 정도로 많은 일을 해내는 전문가다. 단순히 기구를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수술 환경 전체를 운영하고, 환자의 안전을 실질적으로 책임지며, 응급 상황에서 침착한 판단으로 의료진을 돕는 현장의 리더이기도 하다.
수술이 끝난 뒤 수술실 간호사가 홀로 기구를 세척하며 다음 수술을 준비하는 모습은, 의료의 본질이 기술이 아닌 ‘사람’임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대중은 수술실의 화려한 조명 아래의 의사만을 주목하지만, 그 빛 뒤에서 조용히 움직이는 간호사의 손길이 있었기에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날 수 있었다.
앞으로 간호 인력 부족이 심화되고, 수술이 고도화될수록 수술실 간호사의 전문성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우리는 이제라도 이들의 역할을 다시 조명하고, 의료 현장에서의 ‘숨은 주역’들에게 마땅한 존중과 관심을 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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